EU는 도축부터 가공유통까지 이른바 전문적인 기반시설을 갖춘 대형패커가  일관된 유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물론 조직화되고 규모화된 공급기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U는 돼지고기 등 축산물 유통과정에서 효율성 증대와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물량 공급과 배송 체계를 전산화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수출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중 유럽 양돈과 돈육산업의 심장에 해당하는 덴마크와 독일의 도축가공유통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본다.
  
  # 도축 전 절식·동물복지 등 기본적용

  덴마크와 독일은 도축에 앞서 농가에서 출하시 절식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특히 고무바닥에 환기팬 등을 갖춘 무진동차량으로 수송을 하면서 돼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해 말 그대로 동물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계류도 반드시 최소 1~2시간 정도를 지켜 운송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생산되는 고기의 품질을 고려해 돼지를 다루며 전기봉을 사용하거나 때리거나 함부로 다루는 경우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덴마크의 경우 1개 농장에서 15마리 정도를 운송하는데 운전자가 농장에서 돼지를 싣고 수송하는 전과정에 관해 엄격한 법규정이 마련돼 적용되고 있어 운송계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돼지는 1000마리 중 1마리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설명이다. 

  # 덴마크, 데니시크라운 핵심 도축가공장 링스테드&홀슨스

  덴마크는 현재 5041개 농가에서 2760만마리의 돼지를 생산하고 있고 이 가운데 700만마리는 생돈으로 독일에 수출하고 있다. 독일 생돈수출은 3~4년전만해도 100만마리대에서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덴마크는 전체 도축마릿수 중 83%를 전세계 13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돈육 수출 강국이다. 시간당 44달러로 1인당 노임이 독일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어서 더 효율적으로 도축가공작업을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데니시크라운측의 설명이다.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갖춘 데니시크라운 링스테드는 정부파견 수의사 23명, 검사보조원 44명 등 67명이 상주하고 있고 전체 직원 1079명 중 32%는 35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 수출용, 가공용, 도매시장·수퍼마켓용으로 구분해 가공이 이뤄지고 있고 돼지 혈액도 20마리에서 2.5ℓ의 혈액을 뽑아 50ℓ씩 모은 뒤 수의적인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처리시설로 보내진다.

  5년전 75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덴마크 최신 도축가공장인 데니시크라운 홀슨스는 친환경적으로 건축, 외부의 빛과 공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음압으로 내부 공기를 45m 높이의 굴뚝을 통해 대기 중에 발산, 악취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폐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시가 운영하는 하수종말처리시설로 보내고 있다.

  3600마리 규모의 계류장을 갖추고 있고 돼지의 자연스런 이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2% 경사도를 지키고 있으며 물을 분무해주면서 마지막까지 최대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 돼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특히 2명의 직원이 모든 계류와 이동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그 규모로 볼 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홀슨스의 이전 시설에서는 마리당 645ℓ의 물이 사용됐지만 시설을 현대화시킨 뒤에는 222ℓ까지 모든 물사용을 줄였다고 한다. 백내장과 적내장 적출단계에서 물사용을 하지 않고 있고 2분도체 후에는 기계로 지방찌꺼기 등을 흡입하기 때문에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동물체 온도 37℃, 작업장 온도 16℃, 작업 45분후에 냉장실에 입고하며, 2시간동안 -24℃~-16℃도로 급속냉각(Quick Chilling System)해 돼지 도체의 심부온도를 6.5℃도까지 낮추고 급속 냉각후 16시간부터 다음날까지 냉장실에 두고 5℃를 유지하고 있고 커팅룸의 온도는 8℃가 적용되고 있다.   

  데니시크라운의 도축가공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품질과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초음파로 돼지의 상태를 촬영하는 울트라사운드스캐닝을 통해 개체별로 지방과 근육을 신속히 측정하고 있으며 구매를 위한 등급만 있을 뿐 우리나라처럼 소매단계 판매를 위한 등급은 없었다.

  유통 시스템은 데니시크라운 본사(head office)에서 산하 8개 도축장의 도축상황과 전체적인 정육량, 수출부문과 전국 유통매장에서 요구하는 수량을 파악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 공급하고 있다. 

  올레 당가드(Ole Damgaard) DMRI 마케팅 부장은 “홀슨스의 도축능력은 1일 평균 1만2600마리(2교대), 4라인, 라인별 시간당 412마리로 주당 6만1300마리를 작업하고 있다”며 “유통과 관련해서는 품질이 도축장마다 균일해 수출용,가공·매장용 등 상황에 맞게 물량을 조절하며 본사의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축가공과정에서 육질과 냉각에 따른 감량을 잘 고려해야 하며 도축직전이 가장 중요해 이때 80%이상 품질이 좌우된다”면서 “냉장전 물뿌림은 박테리아 성장 등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주의해야 하고 한국의 도축가공 사정상 급랭시설을 갖추는 것은 위생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 독일, 최대 도축가공장 퇴니스플레시

  독일내 최대 도축가공 규모를 갖춘 퇴니스플레시는 하루 평균 돼지 2만5000마리를 도축하고 있으며 47%가 수출용으로 가공되고 있다. 소의 경우는 다른 곳에서 도축해 반입된 하루 평균 200마리에 대해 해체와 부분육 포장·판매 등이 이뤄지고 있다.

  퇴니스플레시는 4500명의 직원이 있으며 돼지부분육 가공 2개라인에는 600명이 근무하고 있다. 5명의 수의사가 검사를 위해 상주하고 있고 정부관리도 돌아가며 상주한다.

  돼지 도축가공 시스템은 자동전산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냉장고에 몇 마리, 몇 kg의 돼지가 입고되는지가 자동으로 기록되고 있고 도축 후 2개 가공라인에서 안심과 4분도체, 발골 등이 이뤄지면서 라인당 650마리, 시간당 1300마리까지 가공하고 있었다.

  돼지 탕박 후 바로 초음파 촬영이 실시되고 있고 레이저를 이용해 절단면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진판독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도축 후 개체별 부분작업의 경우 냉도체로 심부온도 7℃에서 15시간을 보관하고 하루 예냉 후 발골과 1차 부분육 가공에 들어간다. 개인별로 칼을 담는 철제박스를 소지하고 있고 작업 중 온도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위생과 관련해서는 육가공작업자들이 작업장 진입부터 진출까지 3단계에 걸쳐 손과 발, 칼 등을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

  특히 내장을 적출하는 단계에서 백내장을 분리시 6명의 작업자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한 마리씩 작업한 뒤 곧바로 칼을 소독하고 이어서 손을 소독한 뒤 앞치마 소독, 칼 바꾸기를 하면서 다음 돼지를 작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적내장 적출 단계에서도 5명의 작업자가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청소는 10시간 2교대가 이뤄지는 작업 특성상 교대시간을 활용, 4시간동안 80명의 청소 전문 인력이 투입돼 이뤄지고 있다. 청소는 뜨거운 물로 세척하고 기계를 활용한 고압세척에 이어 세척제로 박테리아를 소멸시킨 뒤 30분 후 다시 물세척을 실시한 후 건조하고 있다.

  냉장창고는 아파트 7~8층 높이의 7000 팰릿(Pallet)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냉장육 3200 팰릿, 냉동육 3800 팰릿을 24시간 내 프레시미트(Fresh Meat)로 판매하고 있었다.

  자클린 노악(Jacqueline Nowack) 퇴니스플레시 출구부 부장은 "도축시설은 25년전 두형제의 작은 도축장에서 시작돼 매년 증축과 업그레이드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며 “같은 규모의 제2공장을 증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유통과 가격정산 방식 등과 관련해 “200km 내의 농장별 규모나 주간단위 출하계획이 모두 파악돼 농장과 함께하는 업무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특히 인터넷과 IT를 활용해 도축, 가공, 판매 등이 관리되고 있고 덴마크와 달리 독일은 가공 이전 단계에서 질병 등 문제가 없다면 농가에 돼지값을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4일만에 정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1주일전 소비자, 농가, 도축장이 모여 적정가격을 정하고 지육을 초음파 촬영후 계산한 뒤 품질에 따라 가격을 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퇴니스플레시는 돼지고기 수출과 관련해 한국을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면서 한국 수출용파트라인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덴마크·독일=홍정민 기자(smart73@aflnews.co.kr)  

농수축산신문(2010년 11월 3일자 기사)